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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ART CART, 2018
Series of in/outdoor installations at various locations since June 2018. Cart designed in 2017, fabricated in Chunggaechun, Seoul in June 2018. 60"W x 54"D x 84"H ⓒSammy Lee
안녕하세요 청두입니다.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아직 5월도 되지 않았는데 여름을 이야기 하는것이 조금 성급하게 느껴지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봄은 아쉬움을 남기고 빨리 사라져버릴 것 같은 조바심을 갖게 합니다. 한낮에 떠있는 태양 아래 서있으면 그런 마음이 울컥울컥 올라오곤 하는 요즘인데요. 봄은 아쉽게 가더라도, 바다 건너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남쪽 바람 안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이번 주에는 바다를 건너오는 온기처럼 태평양 건너 덴버(Denver)에서 온 Sammy Lee 작가의 ‘예술포차’를 통해 ‘작업의.기술’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기술은 ‘아크용접’입니다.
시간을 좀 과거로 돌려 작업의 배경이 되었던 이야기들을 먼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2018년, 초여름이었습니다. Sammy Lee 작가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메시지엔 작품 스케치 한 장과, 미국에서 작업할 시 소요되는 비용을 적은 메모도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내일 새벽 서울로 떠나네요. 일단, 이 자료들을 보내봅니다. 기본적인 드로잉과 미국 기준으로 제작 파트와 제작 비용을 대략 적어 보았습니다. 제가 아마 6/4일 월요일에 청계천 으로 나가보려구요. 다음 주 시간이 어떠세요?”
2018년 6월. Sammy Lee

예술포차스캐치, 2018 ⓒSammy Lee
새롭게 진행할 신작에 대한 스케치와 제작에 필요한 재료, 그리고 예산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가게 되면 작품을 을지로에서 제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총 예산을 한화로 계산해보니, 약 3백만 원 정도 였습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많은 재료를 가까운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을지로를 이야기했던 것이죠. 내용을 보니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었습니다.
Sammy Lee 작가는 작업을 위해 종종 한국을 방문하곤 했었습니다. 한지, 먹과 같은 한국의 전통 재료를 찾기 위해 인간문화재들을 만나거나, 재료를 연구하는 학자와 작가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다양한 물건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시장, 그리고 다양한 공정과정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공장이 밀집해있어 을지로를 자주 방문했었고, 특히 2018년엔 을지로에서 작업실 공간 두 곳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레지던시를 하시면서 작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고 하죠.
그럼 이제 작가님께서 을지로에 오시게 된 배경설명을 마치고 ‘예술포차’의 뼈대가 된 재료인 철, 그리고 그 가공법이었던 용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철은 섭씨 1,535도에서 녹는 금속입니다. 구리의 녹는점이 1,083도, 알루미늄의 녹는점이 660도인 것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사람이 요리를 하기 위해 땔감을 직접 모으는 것을 상상해보면, 높은 온도를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이 끓는 100도를 만들어내는 일도 쉽지 않은데, 1,500도 이상의 열을 내는 것은 어쩌면 마법 같은 일이지 않을까요.
큰 불을 만들어야 온도를 높일 수있고, 온도를 높여야 철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철을 녹여야 다른 형태로의 가공이 가능했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열을 가하는 영역을 점차 좁히는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기술에서는 넓은 면적에 강한 열을 가해 쇠 전체를 녹이고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물만 가능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쇠의 일부만을 녹여 서로 다른 조각을 하나로 합치는 기술까지도 나오게 되었죠.
왼쪽 고려 철불 ⓒ국립중앙박물관, 오른쪽 조선소 ⓒ블룸버그
오늘날에는 다양한 형태의 용접기술이 존재합니다. 전기용접, 아크용접, 가스용접, 산소아세틀린용접 등이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을지로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접이 바로 아크용접입니다.
아크용접은 저항용접의 한 가지로, 전기가 흐르면서 생긴 저항이 열을 만들어내고 그 열로 쇠를 녹여(용융) 붙이는 용접을 말합니다. +극과 -극이 만나면 번개가 치듯 전기가 튀면서 강한 열을 발생시키는 장면을 매체를 통해 한번쯤은 보신적이 있을 것입니다. 용접의 원리도 그와 같습니다. 전기의 저항을 통해 순간적으로 강한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로 쇠를 녹입니다. 그렇게 액체 상태가 된 쇠를 함께 굳게 하여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하는 과정을 아크용접이라고 부릅니다.
아크용접은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가스통을 준비하지 않아도 코드만 꽂으면 용접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조선소와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전기용접보다 연기 배출이 적어 작은 공장들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점, 작은 부분을 꼼꼼하게 용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규모 을지로 공인들에게 사랑받는 기술입니다.
용접공장 ⓒ청두
Sammy Lee 작가의 ‘예술포차’도 아크용접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포차의 뼈대를 구성하는 각각의 파이프들이 섬세하게 용접되었습니다. 직선의 형태였던 파이프들은 서로 용접이 되어 공간을 만들어 포차의 뼈대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해외로 가져가야하는 이동을 고려하여 조립과 해체가 용이하도록 결속하는 부분들도 따로 제작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에서 작품을 제작한 이후, 해외 여러 곳을 다니며 전시하기가 수월했다고 합니다.
예술포차 조립 영상 ⓒSammy Lee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 ‘예술포차’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작가는 젠트리피케이션등의 이유로 작업공간 확보가 어려운 현제에, 여성으로서 ‘포장마차’ 혹은 ‘포차’라는 공간이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아, 포차의 작은 공간이 한 사람에게 사회인으로서의 정체성이자 직업을 보장해주는 보호막 같은 공간이 될 수 있음에 주목했습니다.
한 예술가의 무형과 유형의 예술을 판매하는 포차 뒤로 거대한 종이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거대한 상행위가 벌어질 것만 같은 ‘거상아트플라자’ 와 ‘대림음식백화점(푸트코트)’ 은 실제로 존재했던 가게의 간판을 한지로 탁본하여 만든 종이 부조작업입니다. 작가는 이름 ‘거상아트 프라자’ 처럼 성공하는 예술사업이 우선이지만, ‘대림음식백화점’ 또한 나쁘지 않겠냐며 여려경제활동을 통해 작업을 해나가는 많은 작가들의 현실에대해 말합니다. 실재하는 것과 실재하지 않는것, 거대한 글귀와 한 사람이 들어가 서 있을 정도의 작은 포차, 그리고 작업이든 퍼포먼스든 아님 해프닝이든 그이후 수트케이스속 예술포차는 대비되어 작은 공간안에 담긴 의미와 이동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예술포차 제작과정, 2018 ⓔSammy Lee
‘예술포차’가 미국의 광활한 지역을 오가며 전시될 수 있었고, 또 예상했던 비용의 10분의 1로 제작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작품의 의의를 더해줌과 동시에, 을지로 일대의 공장들이 한국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예술포차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 ‘작업의.기술’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Street Art Cart was fabricated from my recent artist’s residency in Seoul, S. Korea, and transported to Denver, all fitting inside a suitcase. I have always been wanting to create a space – a basic, modular and economical unit, inspired by street food carts from Asia. Street Art Cart will evolve continuously. This space is an artist’s studio, gallery, art fair booth, and it’s on wheels. It is a platform to interact with and discuss an artist’s financial independence, empowerment, and sustainability.”
“예술포차는 포장마차에서 영감을 얻어, 을지로 레지던시 기간동안 제작하여 덴버로 운송되었습니다. 저는 가장 기본적이며 경제적인 작업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이 작품은 지속적으로 진화하여 그 자체로 아티스트의 스튜디오이자 갤러리, 또 아트 페어 부스로 쓰입니다. 아티스트의 재정적 독립성, 자주성,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등을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랍니다.”

STREET ART CART, 2018
Series of in/outdoor installations at various locations since June 2018. Cart designed in 2017, fabricated in Chunggaechun, Seoul in June 2018. 60"W x 54"D x 84"H ⓒSamm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