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시보리머신 옐로우



"옛날 옛날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한 노란 기계가 있었어요"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동화의 배경 같은 오래된 을지로 산림동 골목. 작은 시보리 가게 속 한켠에 마법사의 도구처럼 황금빛을 내뿜고 있는 기계가 있습니다.


미끈한 광택을 내뿜으며 번쩍이는 금속 도구들과 거칠게 깎여나간 철 뭉치들이 솜사탕처럼 뒹굴고 있는 이 곳. ‘이러이러한 도구가 필요한데’라고 생각하면 뚝딱 만들어주시는 사장님은 신화 속 단 하나 밖에 없는 무기를 만들어내는 멋진 대장장이 같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장님을 만날 때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기계가 만들어내었던 도구의 역사들을 풀어내시는 사장님의 눈은 소년의 그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오랜 세월 함께 한 도구들의 여정을 소개해주시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작은 공간이 마치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마법의 문처럼 느껴졌습니다.


2020년 올 한 해는 정말 지겨울 정도로 힘들었고, 우리가 일상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남은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을 일으키는데에는 우리 손으로 만든 반짝반짝한 도구들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하나씩 끼워맞출 도구들이 필요해질 때, 이 멋진 기계와 마법의 문을 떠올립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며 가장 아껴두었던 을지로 구석의 색을 꺼내봅니다.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마법같은 시보리머신의 선명한 노랑, 바로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




ⓒ오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