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전단지 먹 블랙


양기부족 조루증 1제 복용으로 회춘 (서대문 경기대학 입구) 수강한약국


을지로에는 ‘시간이 멈춘듯하다’는 표현처럼 멈춰져있는 것들이 종종 보입니다. 오늘 소개할 컬러는 전단지 먹 블랙인데요. 언제 붙였는지, 누가 붙였는지, 정말 효능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한 장의 전단지를 소개합니다.


글의 어투만으로는 전단지가 은밀하게 벽에 붙었던 그 시기를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전쟁 직후 은밀한 거래를 위해 붙은 것일까? 혹은 신문에 한문이 여전히 쓰이던 제법 최근인 90년대였을까? 웃음을 참으며 추측할 뿐입니다.


인쇄를 한 것 같지는 않고 자세히 보면 일일이 손으로 쓴 느낌이 낭낭한 전단지의 강렬하고 힘 있는 서체는, 마치 ‘1제 복용의 효능’을 장담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 전단지가 남자들이 유난히 많이 일했던 을지로 산림동 골목에서, 누군가의 말못할 고민을 해결해주던 해결사는 아니었을까요?


아무리 사대문 안이라도 경기대학교 입구에서 산림동까지는 거리가 꽤 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런 전단을 바르고 갔다는 것 또한 대단한 부지런함으로 느껴집니다. 아무도 화풀이로 전단을 떼어버리거나 낙서로 전단을 덮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시절에는 회춘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정말 효과가 좋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을지로에서는 이렇게 의외의 곳에 ‘보존된’ 시간의 흔적들이 곳곳에 발견됩니다. 지난 번 소개해드린 017의 간판도 마치 세 달 전에 새로 단 간판인 것 같은 모습에 화들짝 놀랐는데, 이런 전단지라니! 을지로에는 이런 진귀한 ‘시간’들이 얼마나 더 많이 남아있을까요?


잘 달려있던 간판들도 친환경 LED 간판으로 휙휙 바뀌는 이 시대에 시간이 박제된 듯한 전단지는 정말 기묘한 느낌을 줍니다. 때로는 골목 위에 중첩된 시간들 속에서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 삶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시간의 증거들에서 문득 사람을 느끼곤 합니다. 보면서 언제인지 모를 시간대의 사람들을 상상하며 슬그머니 웃음짓게 만드는 전단지의 먹 글씨, 바로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