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각자의 색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그런 고유의 색 말이죠. 오늘의 주인공인 을지로 아세아 에메랄드 그린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 색을 유지하고 있는 을지로 ‘전자상가’의 색입니다.
용산전자상가가 만들어지기 이전, 을지로 전자상가는 전자기기와 관련된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청계천에서 탱크를 만들면 아세아 상가 부품을 넣어 완성한다는 농담같지 않은 농담(?)도 있었죠. 그만큼 을지로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아세아 상가가 전자상가로 거듭나기 전에는 커다란 극장이 있었다고 해요. 건물의 외벽을 잘 살펴보면 극장 간판의 흔적이 슬쩍 엿보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에메랄드 색만을 가득 머금은 건물이 되었지만요. 에메랄드는 고대 로마에서 비너스의 색으로, 자연이 갖는 재생력을 지녔다고도 하지요. 아세아 상가의 간판을 바라보면, 간판 너머 상가에 자리하는 활기넘치는 상가들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청계천을 걷다보면 무심코 눈에 들어오는 시린 에메랄드빛. 나무들이 적당히(?) 우거진 청계천 위로 쨍하고 들어오는 녹색 간판. 결코 자연의 색이라고 할 수 없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는 아세아 전자상가의 간판,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