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이야 갤*시 아니면 아*폰으로 스마트폰을 구분하는 시대지만, 휴대폰이 통신사별로 다른 번호를 가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휴대폰 타자속도로 서로의 승부를 가리던 학창시절, 눈부신 최첨단의 휴대폰을 손에 넣기 위해 통신사를 넘나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은 통신사별로 번호가 다른 것이 차별을 유발할 수 있고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이 있다고 하여 010으로 식별번호가 통합되면서, 개성 넘치던 각 통신사의 광고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죠. 기기를 보고 이용하는 통신사를 눈치챌 수 있던 그 시절이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정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017’을 을지로에서 만났습니다. 한창 야근을 하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산책을 나서, 세운상가를 한 바퀴 돌던 중이었어요. 붉은 간판에 새겨진 017을 보는 순간 “짜장면 시키신 분~”하고 소리치며 어디에서나 ‘잘 터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던 TV 광고가 반사적으로 떠올랐습니다.
을지로의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 지어질 당시에는 국내 유일의 종합 가전제품 상가였기에 전자기기를 사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곳이었죠. 87년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기 전까지, 세운상가는 각종 음반, 전자기기, 게임들에 청춘을 바쳤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장소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명성만큼이나, 지금도 많은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세운상가와 대림상가 곳곳에는 아직도 전자기기와 음향설비 가게들이 숨어있거든요. 017 신세기통신이 마지막으로 자리했던 곳이 을지로 1가의 어느 곳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을지로의 그 시절을 조용히 추억해봅니다.
이번 을지로 017 레드는 사진이 적어서 아쉬운 마음이 드시겠지만, 을지로에 오시면 이 간판을 찾기 위해서라도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꼭 한번 거닐어보세요. 간단한 약도를 첨부합니다. 그리고 만약 보신다면, 인증샷도 찍어보시고 태그도 걸어주시면 즐거울 것 같아요! #을지의색 #017신세기통신
시간이 정지해버린 간판 앞에 서서, 옛 시절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담은 통신사 광고들을 추억처럼 하나 둘 떠올립니다. 어디선가 짜장면 주문자를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간절한 레드,
이번 주의 을지의 색.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