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하고 뻗어나가는 예술과 지역 네트워크 | 안성은

중심. 큐레이션 | 중심잡지 x 안성은


들어가는 말


이번 주 <중심잡지>에서는 성북문화재단 산하 성북예술창작터의 안성은 큐레이터를 만나보았습니다. 지난 주에는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의 장유정 큐레이터를 인터뷰하였는데, 이번 주의 안성은 큐레이터는 장유정 큐레이터와 함께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하였고, 현재는 성북예술창작터에서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큐레이터입니다.


안성은 큐레이터는 ‘성북예술동’을 운영하면서 기존의 성북 예술가 네트워크가 내부적으로 세밀하게 결속을 다져왔던 것에서 나아가,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다른 지역/기관들과 만남으로써 성북의 지역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는 기획을 하였습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함께 보실까요?



안성은 ⓒ오창동



성북예술창작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의 첫 번째 분관인 성북예술창작터의 담당 큐레이터로 재직 중에 있는 안성은이라고 합니다. 전시 기획자이면서 동시에 미디어 비평 활동도 하고 있고, 기술 발전에 따른 매체의 변화와 사회가 그것과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시 등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계신데, 성북예술창작터와 성북문화재단은 각각 어떤 곳인가요?


성북문화재단은 성북 내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있는 문화예술 중심 기관입니다. 크게는 지역 내 도서관들을 관할하는 도서 본부가 있고, 시각예술 분야를 포함한 여러 예술 장르들과 함께 예술 마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문화사업본부가 있어요.


성북문화재단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시민들이 많이 기억해주시는 건 축제 부분인 것 같아요. 올해는 코로나라는 사정 때문에 많이 취소가 되긴 했지만, 원래는 성북동 길을 따라 벌어지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나 학교 운동장을 수영장으로 만들어 다양한 시민들이 즐기는 여름 축제인 ‘문화 바캉스’ 같은 것들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축제와 더불어 계속 이어져 오는 것이 바로 예술 마을 만들기예요. 성북은 지역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예술가들이 굉장히 많아서, 이분들을 연결하는 고리를 맺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성북예술창작터로 오시는 길을 따라서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성북구립미술관 본관이 나오는데요. 성북구립미술관은 성북에도 미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9년에 설립된 곳으로, 근현대를 아우르는 많은 예술가들을 연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동시대 예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함을 느꼈고, 2013년에 성북예술창작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말하자면 성북문화재단 안에 성북구립미술관이 속해있고, 성북문화재단 미술팀에서 관할하는 여러 공간들 중 하나로 성북예술창작터가 있습니다.


성북예술창작터의 경우는 2013년에 문을 열면서 신진 예술가들을 위한, 편하게 말하자면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그래서 처음 문을 열면서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같이 연계해나가는 전시들을 기획했었고, 그것이 지금 하고 있는 ‘성북 N 작가 공모’의 전신입니다.


성북예술창작터는 시각예술 분야 창작자를 지원, 양성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지형에서의 실험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전반적인 리브랜딩 과정을 거쳐서 공간을 정비하고, ‘성북예술동’, ‘성북 N작가 공모’, 그리고 아카이빙을 정리하고 수립하는 여러 사업들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왼쪽부터 안성은, 조형빈, 권효진 ⓒ오창동




성북예술동의 변화들


‘성북예술동’에 대해서는 지난 주 장유정 큐레이터님 인터뷰에 대해서 조금 듣기도 했었습니다. 장유정 큐레이터님이 처음 이곳에서 ‘성북예술동’을 기획하셔서 만드시고, 시간이 지나 이제는 안성은 큐레이터님이 ‘성북예술동’을 꾸려나가고 계신데요. ‘성북예술동’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해왔나요?


‘성북예술동’은 성북을 하나의 커다란 예술동으로 상상을 해보자, 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2015년과 2016년에는 성북에 있는 공간들과 함께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상상하던 시기였고, 2017년에는 공간과 창작자들을 매칭하여 엮은 상반기 ‘성북예술동’, 그리고 도시 재생 공간들과 함께 했던 하반기 ‘성북예술동’이 있었죠.


2018년에는 제가 공동기획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성북에 레지던시가 생긴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2018 성북예술동 <블랭크 레지던시>라는 기획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2019년에도 같은 흐름에서 ‘팝업 레지던시’라는 이름으로 40일 정도의 초단기 도심형 레지던시를 시도해보았습니다.


2020년에 와서는 성북예술창작터가 재정비의 기간을 갖기도 했고, 코로나의 상황도 있어서 기존의 오프라인 거점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성북예술동’을 진행하기는 무리가 있었어요. 이제까지의 ‘성북예술동’은 오프라인 거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성북예술창작터가 국공립 미술관으로서 일종의 레지던시 역할을 하니까, 서울경기권에 있는 국공립, 혹은 공공기관의 레지던시를 다 초대해서 네트워킹을 해보자는 것이었죠. 성북의 네트워크가 성북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안팎을 오가는 것이 결국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네트워킹과 더불어서 오프라인 공간만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전시 혹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만든 것이 2020 성북예술동 <시간동사모음> 이었습니다.



2020 성북예술동 <시간동사모음> 홈페이지



최근 ‘성북예술동’의 흐름은 처음 ‘성북예술동’이 생겼을 때와 매우 다르게 읽히는데요. 초기의 ‘성북예술동’이 지역에 뿌리박고 있는 프로젝트로 느껴졌던 것과 달리 지금의 ‘성북예술동’은 확장하고 넓히는 네트워크로 바뀌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도 고민이 매우 많았습니다. 초기의 ‘성북예술동’이 여러 해를 거치면서 마치 손 안의 지도처럼, 성북에 어떤 예술가가 어디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네트워크의 얼개를 촘촘히 엮는 작업을 해왔죠.


저는 거기에서 조금 다른 것들을 생각해보았어요. 어떤 대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들여다보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이 다른 것들과 만났을 때 어떤 것으로 정의되는지 보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굴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런 식의 질문들을 외부와 함께 연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처음 레지던시 기획을 시작했었는데, 같은 역할을 하는 여러 기관들이 만나서 교류하면서 우리가 확장되어 나가는 토대로서 ‘성북예술동’이 기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성북예술동’이 우리 주변의 성북을 엮는 것을 중심으로 했다면, 지금은 이 ‘엮기’들이 외부로 확장해나갈 수 있는 고리들을 만드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올해 진행되었던 2020 성북예술동 <시간동사모음>에서는 네트워크 확장의 측면에서 ‘성북아트딕셔너리’라는 창작자 아카이브 사이트도 구축 등으로 시도되었죠.


<시간동사모음>은 작가들이 현재의 시간을 각자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표현하고자 하는 기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참여하신 권세진 작가님은 시간을 조각모음하듯 만들어진 576개의 드로잉이 모여서 구성된 작품을 만드셨고, 이경민 작가님의 경우 거리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객의 속도에 맞춘 일종의 종이 비디오 같은 작품인데, 2013년, 2014년에 하셨던 작업을 이번에 새롭게 다시 만드셨죠.


기획적인 접근에서 본다면 ‘성북예술동’의 이런 흐름을 확장으로 볼 수도 있고 혹은 더 세밀하게 파고든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체감은 다를 수 있겠지만 ‘성북예술동’은 성북을 중심으로 시각예술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는 키워드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성북예술동’의 확장은 이미 도시건축비엔날레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지역 내외의 기관들과 연을 맺어왔거든요.



안성은 ⓒ오창동



네트워크와 공공성


아마 끊임없이 고민하시는 부분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또 어디까지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일 것 같습니다. 기획적인 측면에서 어떤 성과들이 있었을까요?


아시다시피 흔히 레지던시는 도심에서 떨어진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지던시 자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작가들은 레지던시에 머물면서 소화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부담까지 있다보니까 교류 자체에 대한 욕구가 끊임없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서울경기권 레지던시, 혹은 기관들에 제안을 드려보니 가장 반가웠던 이야기는 바로 이런 네트워크가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교류를 위한 연결고리가 계속 필요하고 그것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그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반갑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희 전시 오픈날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의 매니저님이 작가님 한 분과 함께 오셨는데, 공교롭게 작가님이 성북에 사시는 분이더라고요. 저는 그때 그것이 제가 생각했던 ‘성북을 이야기하는 접근 혹은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북이 성북의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동의 화두를 쏘아 올렸을 때 그것을 보고 성북의 작가들이 매칭이 되기도 하고, 혹은 알고 보니 우리가 같은 곳에 있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그런 부분들이 기획자의 입장에서 보람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북 N 작가 공모’는 전시와 토크가 함께 진행되고 비평가와 매칭도 이루어지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개념의 기획이에요. ‘N’이라고 하는 것이 실험하는 단계의 창작자들을 육성하는 ‘NEW’, 전시 프로그램 ‘Next’, 토크 프로그램인 ‘N-table’ 등에 걸쳐 있어요.


여기에서의 ‘N’은 new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양성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고,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한다는 의미거든요. ‘성북 N 작가 공모’에서 만나셨던 분들이 다른 기획전에서도 함께하시고, 끊임없이 네트워킹을 해나가고 계세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0 성북 N 작가 공모 <환경설정> 전시 ⓒ오창동



예술, 특히 국공립 기관에서 예술을 주제로 삼을 때에는 항상 고민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술이 과연 지역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요. 단순히 전시가 이루어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만들어지는 기획들이 지역에 영향을 끼치고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저희가 ‘성북 N 작가 공모’ 전체 참여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때 오정은 리뷰어님께서 제 마음을 읽은 듯한 말씀을 해주셔서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정은 리뷰어님의 말씀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북예술동’과 ‘성북 N 작가 공모’와 같은 기획들을 통해서 필연적으로 성북의 지역성과 장소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성북이 거점 지역이 아닌 분들이 자연스럽게 성북을 오가시면서 이 지역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거기에서 받은 영감으로 이 지역에 관련된, 혹은 여기에서 얻은 시간들에 대한 작업과 비평들을 생산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가 가장 근본적으로 바라고 있었던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지역과 관계 맺는 방법에는 지역민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지역에 대해 잘 모르던 곳에 기억을 만들어가는 방식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당연히 성북에서 일어나는, 이 지역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마주치는 교류들입니다. 전시 오프닝을 하기 위해서 마을의 밥집을 이용하고, 설치를 하기 위해서 목공소와 철물점의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오가면서 오늘 미술관에 간판을 새로 달았네, 하면서 안부 묻듯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고, 쉼터처럼 드나드는 분들도 계세요.


이런 관계 맺기를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어쩌면 지역에 기여하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북, 혹은 지역의 이름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그렇게 고민하다보니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예술 실천이라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질문 던지기가 아닐까, 그것이 예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걸 계속 엮어나가는 중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확장해나가는 네트워크로서의 성북과, 그것을 지지하고 지속시키는 것으로서의 성북예술창작터 활동이 기대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북예술창작터 전경 ⓒ오창동




안성은(큐레이터)


동시대 예술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매체변화를 연구하고 이에 관한 전시를 기획한다. 최근 공간에서의 감각/ 몰입적 경험, 그리고 시간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예술학 석사과정에서 테칭시에의 작업을 중심 으로 퍼포먼스의 전이적 수행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아트센터 나비(15-17')에서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와 휴머니티>, <리얼픽션>, <네오토피아: 데이터와 휴머니티> 등 다수의 프로젝트와 미디어 파사드

전시를 기획/운영했다.


현재는 성북구립미술관 학예연구사로서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개관에 이어 성북예 술창작터 리브랜딩 과정을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예술실천을 모색해오고 있다. 내 안에 축적된, 그러나 어떤 '언어'를 입고 길어올려지지 않은 것들을 마주하는 경험에 관해 전시와 글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이를 위해 보지 않고 보는 것,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 말하여지는 것들에 대해 상상하고 그것이 감각하게 하는 지점들에 대해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