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원도심 을지로. 을지예술센터의 PD인 청두는 철공소가 밀집해 있는 골목에 작업실을 만든 지 4년이 되었을 때, 점박이 강아지 ‘삼공이’를 만났습니다.
운길산 기슭에서 「레브라도리트리버」 아빠와 「보더콜리」 엄마 사이에 태어났다는 ‘삼공이’는, 처음에 을지로의 한 조명 가게로 입양되어 이 동네에 왔습니다. 하지만 곧 파양되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골목에서 떠돌이로 자라게 되었죠.
을지로를 오가며 삼공이를 귀여워 하던 청두는, 어느 날 산책을 한번 시켜보라는 사장님들의 권유를 받았고 삼공이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예술가들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청두와 함께 매일 을지예술센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답니다.
(유튜브 ‘미술관댕댕이들’채널에서 발췌)
삼공이는 거의 매일 청두와 함께 을지로를 산책하는데, 산림동 골목과 대림상가 데크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어요. 삼공이는 유년기의 기억 때문에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있으니, 조심스럽게 다가오거나 멀리서 그녀의 미모를 감상하시면 됩니다. 을지로는 무채색에 가까운 금속의 색과 원색에 가까운 공구나 간판의 색들로 둘러싸여있어, 삼공이의 매력적인 점박이 무늬는 더 극적이고 시선이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베이지 색상의 동그란 눈썹도 빼놓을 수 없구요!



삼공이 ⓒ청두
을지로 3, 4가의 골목에서는 삼공이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기집 옥상에서는 한없이 용맹하지만 길거리에서는 겁쟁이인 ‘깐돌이’, 을지예술센터 4층 데크에서 잘 보이는 껍데기집 옥상에서 사는 진돗개 2마리, 골목에서 만나면 덩치가 커서 무섭지만 사실 순하고 낭만적인 ‘삼순이’ 등 나름의 방식으로 을지로에서 공생하는 개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고등어 무늬, 치즈 무늬, 젖소 무늬 등 각자 가문의 위용을 뽐내는 고양이들도 골목의 주인으로 자리하고 있죠.

깐돌이 ⓒ바까

삼순이랑 몰라 ⓒ청두
원도심의 숙명이 개발이라면, 이 곳에 흐르는 시간은 언젠가 멈출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을지로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우리의 삶과 사회를 풍성하게 만들 기억들을 생성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을지로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댕댕이가 가진 하얗고 까만 점박이 무늬,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




산림동 고양이들 ⓒ바까

삼공이 ⓒ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