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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미드나잇 그레이


헐리우드의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 길 펜더(오웬 윌슨 분)와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 분)는 이네즈 아버지의 사업 확장을 위한 프랑스 출장에 동행하게 됩니다. 평소 1920년대 파리의 음악, 예술, 문학 등을 매우 동경했던 길에게 이곳에서의 낭만을 느낄 시간과 여유가 필요했지만, 그와 달리 이네즈는 이곳을 매우 고리타분하게 느낄 뿐이었죠.


이네즈는 친구들과 함께 댄스 클럽에 가버리고, 홀로 밤거리를 산책하던 길 펜더 앞에 나타난 오래된 푸조는 그를 태우고 어디론가 가게 됩니다. 도착한 곳에서 길은 살바도르 달리, T.S. 엘리엇, 헤밍웨이 등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조우하게 되죠.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들과 더불어 1920년대 파리의 예술과 낭만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저녁을 밝히던 높은 빌딩들의 불이 하나 둘 꺼지고 마지막까지 산림동 골목을 채우던 기계소리마저 옅어지면 을지로에도 어둠이 찾아옵니다. 군데군데 웅웅거리는 네온사인들만이 소란스러웠던 낮의 아쉬움을 달래고, 도시가 밤의 정적에 잠기는 것을 막아줍니다.


철공소 골목의 영업종료를 알리는 셔터 내리는 소리와 함께 찾아온 을지로의 밤은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합니다. 을지로 미드나잇 그레이는 산림동이 가장 조용해지는 밤의 한가운데에서 발견한 색입니다. 어스름한 밤하늘은 낮의 흔적들과 함께 고요한 골목을 밝히며 을지로를 포근히 감싸안습니다. 곳곳에 숨겨진 보석같은 공간들에서 우리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공유하는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차가웠던 밤의 공기가 기분좋은 선선함으로 바뀌어가는 요즘, 길 펜더가 거리를 거닐다 아름다운 파리의 옛 모습을 만났던 것처럼 여러분도 을지로 골목의 길 펜더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버리는 마법같은 미드나잇 그레이, 바로 이번 주 을지의.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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