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러스트브라운


을지로에는 골목이 많습니다. 골목들 사이로는 철공소들이 오밀조밀 줄지어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매일 분주히, 쇳덩이들을 매끈하게 가공해냅니다. 이 쇳덩이들은 어딘가의 중요한 지지대, 튼튼한 상품, 때로는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곤 합니다.


을지로에는 골목이 많습니다. 골목을 거닐다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오랜 세월의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흔적처럼 보이는 것들이 바로 잔뜩 부식된 쇠기둥들입니다.


을지로에서 만들어진 매끈하고 견고한 쇳덩이들은 우리 일상과 공간에 익숙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을지로의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녹이 슨 쇳덩이들은 철공소 공장들의 공간 안에 기둥과 지지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을지로는 도심 제조산업지구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새 것이 아닌 ‘오래된 것’을 찾아 이곳에 오곤 합니다. 그들은 을지로 골목이 가진 이 두 가지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을지로에 새로운(그리고 ‘힙’한) 공간이 생겨날 때면, 이 공간들은 으레 오래된 물건들로 채워지게 마련입니다. 브라운관 TV, 오래된 라디오, 턴테이블 같은 것들이 놓여지고, 노출 콘크리트와 부식된 목조천장이 수리하지 않은 채로 드러납니다. 또 이런 공간에게서 매력을 느낀 젊은이들이 을지로 골목을 거닐며 많은 영감을 기록해내기도 하죠.


을지로의 이런 양면성은 을지로를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우리가 도시의 맥락에서 살펴보아야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새로운 탄생과 오랜 세월의 나이테가 공존하는 을지로의 아이러니함과 그 한가운데에서 시간을 암시하는 부식되고 녹슨 쇳기둥의 러스트브라운. 바로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