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지예술센터에서 방산시장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냉면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래옥’인데요. 한국의 유서깊은 식당 상호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이 우래옥은, 1946년에 개업하여 지금까지 이어온 오래된 냉면집입니다.
평양에서 명월관을 운영하다 1945년 월남한 주인은, 이듬해 을지로의 적산가옥을 사들여 지금 자리에 ‘우래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냉면과 불고기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가게 이름인 우래옥(又來屋)은 “다시 찾아온 집”, 그리고 “또 오고 싶은 집”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슴슴한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우래옥을 처음 찾을 때에는 모두가 평양냉면을 먹게 되지만, 이곳을 두 번째 찾을 때면 꼭 먹게 되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김치말이 냉면’입니다.
소고기만 사용하는 묵직한 맛의 육수에 쫀득한 메밀면, 그 위에 잘게 썰어 얹은 김치를 한 입 베어물면 이 냉면집이 거쳐 온 시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기 그릇에 담긴 정갈한 냉면을 한젓가락 두젓가락 먹다보면 아래 깔려있던 밥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밥의 든든함에 지친 일상이 위로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렇게 밥을 먹고 있으면 맑은 육수가 예쁜 핑크색이 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세상에 이렇게 든든한 핑크색이 있을까요?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시원하고 든든한 맛을 전해주는, 을지로에서 가장 오래된 김치말이 냉면의 핑크, 바로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