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사람의 몸과 피부에서 피부로 상호작용하고, 움직임과 생각, 정체성 등 우리를 규정하는 많은 것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어린아이의 완력으로도 찢어 파괴할 수 있을 만큼 약하다. 권지현은 옷을 만든다. 여기서 옷은 오브젝트이자 동시에 작가가 설계하는 시스템이다. 작가는 자신의 내외부의 잔존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그 시스템을 재생산한다. 기존의 구조들을 재배열하는 과정은 과거와 행위에 대한 몰입이자, 자신의 기억의 재배치처럼 보인다.



Blueprint, 단채널 비디오(25'33''), 2020, Korea
한 사람이 걸어들어온다. 그는 매듭을 하나씩 풀어 옷 조각들을 바닥에 펴놓는다. 바닥에 내려놓은, 반듯하게 펴진 다섯 개의 옷 조각들은 카페트처럼 보인다. 각각의 옷 조각(카페트)들은 잠자기, 먹기, 배설하기, 운동하기, 기록하기를 위해 디자인되었다. 옷 조각(카페트)들 위 도형들의 모양, 배치된 순서, 폭과 너비 등은 이 사람이 각각의 행동들을 할 때 따라야 할 순서와 움직임의 범위 등을 표시하고 있다. 옷 조각(카페트)에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이 사람은 표시에 따라 잠을 자고, 먹고, 배설하고, 운동하고, 기록한다. 다섯 가지 행동을 모두 끝마친 그는 다시 옷 조각(카페트)을 들어 올려 몸에 둘러 묶어 입고 떠난다.

Living and Rituals on a Horizontal Plane, 단채널 비디오(16'07''), 2019, Spain
나는 반복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수직으로 쌓여있던 물건들을 수평으로 배열한다. 어딘가에 쌓아 놓은 물건들을 평평한 바닥에 늘어놓는 것이다. 열심히 쌓아 올렸던 것을 무너뜨리고 바닥에 되돌려놓은 수평의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반복할까.

Blueprint, 단채널 비디오(25'33''), 2020, Korea

Living and Rituals on a Horizontal Plane, 단채널 비디오(16'07''), 2019, Spain

Building 1, 단채널 비디오(12'25''), 2018, Korea

문답
3. 좋아하는 숫자
2보다는 3이 좋고 6보다는 5가 좋다. 그 외에도 11, 17, 23, 37, ...
소수가 좋은데 7과 13은 싫다. 7과 13이 같이 쓰여져있으면 좀 낫다.
10.좋아하는 과일

벚나무속 과일들이 좋다. 체리, 자두, 살구 등이 있는데 껍질이 얇아서 껍질째 먹을 수 있고 다 익으면 물렁해서 먹기 편하다. 많이 씹어야하는 과일이 너무 싫다.
72. 잠이 많은 편인가?
스트레스 받으면 잔다. 그래서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이 잠에 찌들어있다. 선생님들이 종종 애가 아픈 것 같다며 전화를 하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 놀던 기억은 잘 난다. 2013년도부터 잠에서 좀 깨어났다.
75. 지금 떠오른 노래는?
나는 무한반복 빌런이다. 일주일 전에는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을 무한반복하던 중이라 사나흘 지나면서 친구들이 힘들어했다. 이번 주는 오페라 '지아니 스키키' 속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무한반복 중이다. 연인과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면 강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아버지를 협박하는 내용이다. 가사를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아름다운 사랑 노래 같다. 모르는 언어로 된 음악이라 아름다운 사랑 노래의 느낌과 아버지를 협박하는 불효녀의 살벌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80. 현재 나의 배경화면은?
잠금화면

이사무 노구치가 마사 그레이엄과 협업해 무대 세트를 만든 Appalachian Spring의 한 장면
배경화면

에릭 로메르의 필름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의 한 장면
95. TV에 출연한 적이 있는가?
'호기심 천국' 실험 대상으로 하루종일 촬영을 한 적이 있었다. 예고편에만 얼굴이 나오고 본 방송에는 내 손글씨만 나오고 나머지는 통편집되었다.
101. 가장 처음으로 가졌던 꿈은?
환경운동가. 어릴 때 환경 오염 뉴스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환경운동가가 되고 싶어했다. 7살 때 즈음 영어학원에서 'I want to clean the earth.' 라고 장래희망을 이야기 했는데 선생님이 내가 환경미화원이 되고싶어한다고 이해하셨다.
105. 나의 사이트 ID와 비밀번호는?
주로 allerji라는 단어 뒤에 여러가지를 붙여 사용한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allergy의 끝을 내 이름 철자를 사용해서 allerji로 바꿔 사용하면 재밌겠다는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후로 allerji라는 단어를 사용한 아이디를 많이 쓴다.
109. 내가 편식하는 음식이 있다면?

회. 그래서 회가 올라가는 초밥은 안 먹는다. 계란초밥은 좋아해서 초밥집 가는 것은 재밌어한다.
그리고 미끄덩 거리는 것들은 먹지 않는다. 이를테면 해삼.
120.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는가?
가끔. 마지막 알바는 업사이클 회사에서 립스틱으로 만든 크레용에 띠지를 붙이는 작업이었다. 아침부터 점심 시간 전까지 띠지를 모두 붙였는데, 점심 시간 후 띠지를 잘못 나누어 주었으니 모두 떼어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래서 남은 시간동안 붙인 띠지를 모두 떼고 집에 갔다.
132. 삶의 질을 높여준 무언가가 있다면?
2020년 9월 1일에 취득한 운전면허증
145. 남들은 좋아하는데, 나는 싫어하는 게 있다
떡볶이. 매운데 느끼하다. 로제 떡볶이는 아직 안 먹어봤는데 그냥 떡볶이보다는 맛있다고 느낄 것 같다.
147. 반려동물 혹은 반려식물이 있다면, 그것의 이름은?

막내동생 목화. 나는 고양이를 데려온다면 덤블도어라고 부르고 싶었다. 동생과 목화를 처음 만나러 가던 날 다섯 개가 넘는 이름이 리스트에 있었다. 목화를 만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름은 목화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스트에는 없는 이름이었다. 목화가 집에오고 나서 몇 번 동생 몰래 덤블도어라고 불러봤지만 목화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목화는 목화라서 목화여야한다.
149. 가장 잘생겼다고/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

요즘에는 '슬라이딩 도어즈'의 기네스 펠트로
권지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llerji_/

작가의.글 질문들